이완용·박제순·이지용·이근택·권중현을 우리는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 부릅니다. 나라를 팔아 먹은 친일매국노라는 말입니다. 아마 이 5명은 대한민국 역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날까지 을사오적과 친일매국노라는 이 정죄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기독교 신자들이 '본디오 빌라도'를 예수님을 십자가 못 박혀 죽인 자로 사도신경을 통해 고백하듯이). 참고로 이완용은 '학부대신', 박제순은 외부대신, 이지용은 내부대신, 이근택은 군부대신, 권중현은 농상부대신이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오적은 이들 만 있지 않았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는 아니지만 자기 뱃속에 돈을 채워넣기 바빴던 자들이 많았습니다. 시인 김지하씨는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300여 행의 담시(譚詩)를 발표했는데, 우리 사회에 오적이 있다고 풍자햇습니다. 김지하가 밝힌 '오적'(五賊)은 도둑촌의 장ㆍ차관, 재벌, 국회의원, 장성, 고급관리를 다섯 역적으로 몰아 탄핵한 풍자했습니다.

김지하는 이들을 향해 "이놈들 오적(五賊)은 듣거라/너희 한같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방자하게 백성의 고혈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대역무도 국위손상, 백성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오라를 받으렸다."고 일갈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변절자'란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4대강 죽이기, 오적.....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 때나 지금이 또 다른 오적이 등장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최고 업적인 '4대강살리기' 사업이 '4대강 죽이기 사업'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과 수질 관리실태'에 대한 2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4대강 보의 안전성에 심각한 하자가 확인됐고, 4대강에 설치된 보는 수문개방 시 구조물과 보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견디기 어려운 소규모 고정보의 설계기준이 적용된 결과, 총 16개 보 가운데 15개 보에서 세굴을 방지하기 위한 보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됐습니다. 한 마디로 22조원으로 4대강을 죽인 것입니다.

4대강 죽이기 '오적'. 사진출처 <한겨레>

4대강 죽이기, 오적.....

4대강을 죽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이 바로 '4대강죽이기 오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정종환 전 국토부장관·권도엽 국토부장관·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심명필 전 4대강추진본부장과 수많은 찬성론자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워낙 대단한 분이니 맨 나중에 살펴보겠습니다.

4대강죽이기에 발벗고 나선 이가 바로 정종환 전 국토부장관입니다. 정 전 장관은 2010년 국회에서 "강 중심의 레저 사업이 발전하고 도시가 형성돼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불도저로 4대강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그는 지난 2011년 4월 4대강사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무려 19명이 죽었는데도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나 익사사고 등"이라고 했습니다. 경실련이 지난 2011년 4월 발표한 4대강사고 사망일지를 보면 정 전 장관은 국민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정종환 "4대강 노동자 죽음은 자기 실수"...

4대강 노동자 죽음은 "노동자 본인 실수"라고 한 정종환 전 장관ⓒ국토해양부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지난 2011년 5월2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4대강 공사중 사망자를 상징하는 신발을 늘어놓았다.<한겨레>

4대강 공사 중 사망사고 일지. ⓒ경실련

▲ 4대강 공사 중 사망사고 일지. ⓒ경실련


이만의 "4대강은 신념, 그래도 지구는 돈다"...

국토부 장관이야 대통령 뜻을 충실히 따라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에서 유일하게 제동을 걸 수 있는 곳이 환경부입니다. 하지만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은 2009년 10월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역사적 소명의식의 바탕에서 4대강 사업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신념으로 말씀드린다. 나중에 4대강 정비 사업이 잘못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대통령이 하자고 하니까, 국토부가 하니까 따라가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면서 "이 순간에 생각합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말을 저는 가슴에 담습니다"는 촌철살인도 날렸습니다.

지난 200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이만의 전 장관. 사진출처 노컷뉴스

이만의 전 장관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면 지난 2011년 1월 7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던 때 북한산에서는 삽질이 한창이었습니다. 삽질을 한 사람들은 바로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과 국립공원 지킴이들 10여명입니다. 그들이 삽질을 한 이유는 같은 달 8일 <한겨레>는 작업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8일 둘레길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장관이 지나갈 둘레길 바닥의 눈과 얼음을 삽으로 깨고 파내 맨땅으로 만들었다"고 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장관님이 지나실 때 혹여나 넘어질까봐 삽질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구제역이 절정이었던 같은 2월 11일 sbs '서두원의 sbs전망대'와 인뷰에서 "현장에 가서 보면 축산농가들이 축산분뇨나 청소 뒤처리 같은 것을 완벽하게 하는 걸 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그래서 우리도 현장에서 나오는 침출수 피해가 정말로 매몰지에서 새어나온 것인지, 아니면 축산농가들이 관행적으로 가축을 관리하면서 소홀히 한 폐기물 처리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된 것인지가 구분이 안 된다. 나는 오히려 매몰장소에서 새어나온 것보다는 축산관리를 소홀히 한데서 오는 지하수의 일부 오염이 더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본다"고 했습니다. 환경오염 주범은 구제역 매몰때문이 아니라 축산농민 오폐수라는 망발로 오염을 축산농민에게 떠넘기는 무책임 전형입니다.

권도엽 "4대강 홍수 방지 효과 입증"....

정종환 장관을 뒤이어 국토부 장관이 된 권도엽 장관은 "4대강 살리기의 홍수 방지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삽을 뜨고 괭이질을 시작해 방치됐던 우리의 강을 제대로 가꿔야 하다."고 했습니다. 역시 밀어붙여입니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는 그 말이 거짓말임이 드러났습니다.

생각에 잠긴 권도엽 장관

권도엽 국토부장관 사진출처 <연합뉴스>

그러자 권 장관은 "보의 안전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국민께서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 (감사원) 발표 관련 내용에 대해선 보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같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대단히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또 "4대강 보는 안전이나 기능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4대강 사업은 국민적 관심이 큰 현 정부 최대의 국책사업인 만큼 사업 진행 중에 전문기관과 민관합동점검을 실시하는 등 그 어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보다도 철저한 관리와 점검을 해왔다”며 “지난해 가뭄과 4차례의 태풍에도 피해를 크게 줄이는 등 효과를 거뒀다"고 했습니다. 하기사 자기가 한 말을 뒤집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심명필 본부장 "4대강, 생명이 흐르는 강"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은 지난 2009년 9월 30일 경북 예천군 한천 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낙동강사업 성공기원 범도민 결의대회' 축사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단순한 하천정비를 넘어 생명·경제·환경이 흐르는 강을 만들어 선진한국으로 가기 위한 국책사업"이라며 "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복지,SOC예산이 줄어든다는 우려는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이 부분의 예산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본부장 4년 동안 그 거센 반대를 물리치면서 각종 자문회의, 토론회, 간담회, 인터뷰 등 900여회의 대외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지난 12월 퇴임하면서도 "4대강 사업이 초기 우려와 비판 속에서도 주어진 기간안에 차질없이 마무리된 것은 관계자 모두의 열장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습니다.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연합뉴스>

하지만 그는 말 바꾸기를 했습니다. 18일 "보의 목적은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만든 건 아니다"고 했습니다. 심 전 본부장은 이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수질은 일부에서는 초기에 보를 만들어서 깨끗하게 하는 거 아니냐 하는데 그건 좀 전후가 뒤바뀌었다. 보의 목적은 우리가 홍수 대비 또 소위 가뭄 시에 대비하는 비상용수 확보라든지, 물을 평상시에 수위를 높여서 치수가 용이하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한 거"라고 했습니다. 그럼 아래 그림은 무엇입니까?



특히 그는 지난 2010년 5월 4대강사업 찬반토론회에서 "보를 설치하는 것은 홍수방지와 수질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보만 막은 게 아니고 보에 수문을 설치하고 이 하천으로 들어오는 오염물을 차단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700여개의 하수처리시설을 만들어 깨끗한 물이 들어오게 하고 그래도 더럽다면 수문을 달아서 깨끗한 물을 보내준다는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거짓말도 정도껏해야 합니다.

MB,'4대강 죽이기' 최정점....

하지만 누가 뭐래도 4대강 죽이기 가장 큰 죄는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 사업'이라는 감사 결과 발표가 나오기 이틀 전인 15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는 매우 반국가적이고 비애국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는 오히려 이 대통령이 반국가, 비애국임이 드러났습니다. 그 동안 이 대통령이 4대강 자화자찬을 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가운데 왼손 든 이) 지난 2009년 12월 2일 대구시 달성군 농공읍 낙동강 둔치에서 열린 낙동강살리기 희망선포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제 4대강 죽이기가 되어버렸다. 사진출처 <청와대>

"4대강 사업 살리기는 생명 살리기. 4대강 사업은 땜질식 수질개선과 반복적인 재해 복구 사업에서 탈피해 이수 치수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미래 대비 물관리 사업이다. 내년 4대강 살리기가 완공되면 국민은 여유있는 삶을 누리게 되고 4대강은 국민과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며 녹색성장의 선도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한다"-2010.11 국회시정연설

"4대강 사업이 (마무리) 되면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꿈에 도전하는 긍지를 가지고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2010.12.27 국토부업무보고

"유엔환경계획은 4대강 사업을 기후변화에 대비한 매우 효율적인 방안이자 친환경 녹색사업의 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해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하자는 것"-제58차 라디오·인터넷 연설

"한국의 경우 물이 여름철에 집중되어 홍수피해가 나는 반면 갈수기에는 물 관리에 어려움이 기본적으로 큰데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증가로 그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2011.03.22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4월 16일 오후 경북 상주시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 참석한 낙동강 32공구에서 콘크리트 지붕 함몰로 2명이 숨졌다.<청와대>

"여기 와보면 강이 되는대로 (범람)했었는데 지금은 정비가 싹 돼서 천지개벽한 것 같다"-2011년 4월 5일 식물일을 맞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남한강변에서 나무심기를 하면서

"4대강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시는 분도 많지만 아마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다. 아마 금년 가을이면, 추석이 지나면 4대강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될 것이다."-2011년 4월 15일 제3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11년 11월 22일 오후 경기 여주군 한강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에 참석했다.<청와대>

또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의 강이라는 그런 개념에서 저는 지난 2년 동안에 국민 여러분들이 적극 성원해 주시고, 또 국민 여러분들께서 걱정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정말 ‘생태를 혹시 버려놓지 않을까?’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까?’ 했지만 국민 여러분, 오늘 저녁 보시다시피 대한민국 4대강은 생태계를 더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그러한 강으로 태어났습니다. 정말 국민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안전하고 행복하고 생명의 강으로 돌려드리게 된 것을 저는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2011.10.22일 경기 여주군 한강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

이제 이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제대로 심판하지 않으면 또 다시 4대강 오적들같은 오적들이 부활할 것입니다.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법과 정의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