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에 뭉개진 우포늪

 

람사르 총회 앞두고 날림공사… 현장 르포

'관광객에 볼거리' 빌미 체험단지 조성 한창

환경단체 "인공늪, 생태계에 나쁜 영향" 비난

4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일대. 20번 국도에서 내려, 서울시에서 6억원을 지원해 단장했다 하여 '서울길'로 이름 붙여진 진입로(2km)를 따라 들어가자, 누렇게 말라 죽어가는 대형 소나무 한 그루가 댕그러니 서 있다.

높이 12m의 이 소나무는 창녕군이 1월 유어면 세진리 우포늪 초입에 완공한 자연생태관 주변 조경을 하면서 심은 것인데, 관리 소홀로 푸른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자연생태관을 지나 우포늪을 향해 5분쯤 걸어가자 이번에는 때아닌 대형 공사가 한창이었다. 창녕군이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며 지난달 10일 착공한 '우포늪 습지 체험단지' 공사 현장이다.

대형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이 뿜어내는 굉음과 자욱한 먼지는, '태고(太古)의 신비를 간직한 국내 최대의 자연 늪'을 찾은 관광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구에서 친목계원들과 함께 왔다는 손모(55)씨는 "람사르 총회가 코 앞에 닥쳤는데 그동안 뭘 하다 이제 와서 야단법석을 떠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국제적인 습지 보전을 위한 람사르협약 10차 총회(10월28일~11월4일ㆍ창원) 개막을 50여일 앞두고, 람사르 등록습지이자 총회 참가자들의 공식 방문지인 우포늪 일대가 여기저기 파헤쳐진 채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환경 훼손 논란에 더해, 과연 이 상태로 전세계에서 2,0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인 '환경올림픽'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연훼손 논란의 핵심은 자연생태관과 우포늪 사이 삼각지 일대에 조성 중인 이른바 '우포늪 체험단지' 공사. 창녕군은 서울 강남구로부터 3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오는 17일 완공 목표로 5,738㎡ 규모의 자생연꽃관찰원과 습지식물원을 조성하고 있다.

창녕군 관계자는 "한 해 20만~30만명이던 관광객이 총회 유치 후 두 배로 불어났지만 불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 체험단지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230㏊에 달하는 국내 최고, 최대의 원시늪이 그 자체로 장관인데, 어설픈 인공 볼거리를 만들겠다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우포늪을 찾는 산새와 물새들의 번식 장소인 삼각지 일대에 인공늪을 만들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 습지보호를 위한 람사르협약 정신에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체험단지 조성 터는 환경부가 지난해 3월 국가 장기생태연구 수행지역으로 선정, 가로ㆍ세로 1m 크기의 방형구(方形區)를 설치한 곳이다. 그런데도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체험단지 조성을 위한 '행위허가 신청'을 허가했고, 실제 공사 과정에서 방형구 4곳이 훼손됐다고 영남자연생태보존회(회장 류승원)는 주장하고 있다.

보존회 관계자는 "당국이 습지보호를 위한 국제회의를 빌미로 우포늪을 무자비하게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창녕군은 이밖에도 자연생태관 입구에 내달 완공 예정으로 주차장 및 편의시설 확충 공사를 하고 있어, 국제 행사를 앞두고 날림공사를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경남도와 창녕군은 "체험단지 조성은 전문기관 용역 및 관련기관 승인 절차와 람사르총회준비 실행위원회의 의견청취를 거쳐 지난해 '우포늪 마스터플랜'에 포함된 사업이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