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흙 봉지' 손에 손에… 명산 살린다



수원 광교산 훼손 등산로에 흙 뿌리기 시민운동

3년간 1000톤 넘는 정성에 점차 제모습 찾아가

"우리가 훼손한 광교산을 우리 손으로 되살립시다. 흙 한 봉지씩만 가지고 올라가 주세요."

경기 남부의 명산 광교산(해발 582m)을 살리려는 시민 운동이 3년째 이어져 주목을 받고 있다. 등산객들이 몰리며 상처투성이가 된 등산로를 시민의 힘으로 복원하자는 것인데, 지난 3년간 등산객들이 십시일반으로 지고 날라 뿌린 흙만도 1,000톤을 넘는다.

6일 오전 11시 경기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 등산로. 주말을 맞아 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2,3㎏의 흙이 담긴 자루를 하나씩 들고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조원2동 주민들의 권유에 마뜩잖아 하는 이들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은 흔쾌히 흙자루를 집어 들었다.

"파이거나 쓸려나간 등산로에 흙을 뿌려 메우는 겁니다. 시민들의 발길에 훼손된 자연을 시민 스스로 살리자는 운동이지요."

자원봉사자 백복희(49)씨의 설명처럼 이날 광교산에서는 등산객들이 훼손된 등산로에 흙을 쏟아 붓고 발로 단단히 다지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광교산 살리기 운동이 시작된 것은 2006년. 광교산은 수원 지역을 대표하는 등산코스로 연간 600만명이 다녀가다 보니 등산로가 넓어지고 여기저기 파여 돌부리가 드러나는 등 몸살이 심각했다. 등산로가 워낙 거미줄처럼 얽혀 당국이 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수원시는 고심 끝에 시민들이 훼손된 등산로에 직접 흙을 가져다 뿌리는 운동을 제안했다. 광교산 입구 2곳과 정상 부근 2곳에 흙자루를 쌓아놓고 등산객들이 자발적으로 갖고 오르내리도록 한 것인데, 시민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이 운동이 시작된 이후 연간 500톤, 지금까지 총 1,300톤의 흙이 등산객들에 의해 광교산 곳곳에 뿌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5톤 덤프트럭 86대 분량이다. 흙 한 자루를 3㎏으로 계산하면 연간 16만6,000자루를 등산객들이 져 나른 것이다. 최근에는 회사원, 주부, 학생 등이 매달 한,두 차례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남채 수원시 산림휴양팀장은 "이 사업은 시민의 쉼터인 광교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시민들이 사랑하는 산을 스스로 지키고 가꾼다는 참여의식을 높였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이 같은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광교산을 생태환경이 살아있는 시민의 쉼터로 가꾸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훼손이 심각한 등산로에 대해 순차적으로 휴식년제를 시행하고, 일부 등산로에는 유실 방지를 위해 계단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영동고속도로에 의해 단절된 한천약수터~거북바위 구간에 생태육교를 세우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내년 5월에는 상광교동 일원에 등산객 쉼터와 야생화원, 조각공원 등이 들어서는 8,000㎡ 규모의 '만남의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